내 머리속 좀처럼 꿰어지지 않는 단편적인 역사 조각들은 마치 모래위의 집같이 타인의 역사적 선동 혹은 확신에 의해 쉽게 흩어지고 만다. 역사에 대해 상반된 두 주장 모두에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한다. 음치는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를 모든 자리를 본능적으로 피한다. 역사치에 가까운 나는 역사 관련 주에에 왠만해서는 입을 다물고 슬금슬금 적당한 거리를 띄우게 된다. 게중 다행으로 역사 인식의 중요성은 모르지 않아 역사치를 탈출할 기회는 항상 기다리던 중이었다. 어느 음치가 박수갈채를 받을 멋진 노래를 꿈꾸며 몰래 연습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마음에 부담이 있으면 숲이 아닌 나무만 볼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껏 역사를 '사용'한다는 개념이 익숙치 않았으리라. 지금 이곳에(here & now)서의 일들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데 과거(there & then)가 이렇게 중요한 것을 일찍 알았더라면 역사가 암기과목이라는 편협한 틀에서 좀더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나와 같이 역사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친절히 설명서를 써나간다. 그런데 설명서의 많은 부분이 오남용의 예들을 통해 말하는 주의사항들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족의 이름으로 혹은 다른 어떤 자기 중심적인 이유로 역사를 성형한 예들은 참으로 많다. 역사의 오남용을 넘어서 악용한 사례들은 성형의 전과후 (Before & After)를 연관짓기 힘들 정도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오늘날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과거를 지닌 나라에 살고 있노라고 말한다. 이는 역사가 끊임없이 민족을 만족시키며 고무시켜 주기만을 바란 결과이다. 그러므로 민족의 자아가 버릇없이 자란 아이처럼 자기중심성이 강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통해 철저히 반성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알려진 역사 지식의 주입이 아닌 회의적 사고를 해야 역사의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겸손이 과거가 현재에 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교훈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사실 지금은 겸손 없는 확신이 넘치는 시대가 아닐까. 그러하기에 견고하면서도 열려있어 수정 가능한 역사관을 갖는 것은 책이 남겨준 귀한 숙제이다.
 
n세대. 88만원 인턴세대. 나는 유신세대 혹은 386세대 처럼 어떤 역사와 관련지어 규정되지는 못한 세대인 것 같다. 그러나 책의 서두에 저자가 강조했듯이 역사는 이미 우리 모두가 행하고 있다.
어쩌면 다양한 통로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이 반영가능해진 지금이 어느 때보다 역사를 사용하고 또한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진 때인 것 같다.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다든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간다는 거창한 생각과 부담은 접어두고라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역사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설명서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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